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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중연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참여연대 등 5개 사회단체들은 20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국정원의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긴급토론회를 갖고 반인권적 법안 추진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국정원이 지난 12일 입법 예고한 테러방지 법안에 대해 한결같이 “반인권적인 법안이며 졸속으로 추진되는 비민주적인 법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발제 토론자로 나온 사람들이 법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비판한 부분은 ▲테러 발생시 국정원장에게 권한 집중 ▲군병력 동원 및 경찰권 부여 ▲국정원 수사권 확대 ▲불고지죄 ▲허위사실 신고죄 ▲참고인 구인 유치 ▲피의자 구속기간 연장 등이었다.
“군 병력에 경찰권 부여 안 돼”
발제자로 나선 울산대 법학부 이계수 교수는 “테러방지법안이 테러사태 발생시 군병력을 동원하는 것과 동원 병력에게 경찰관직무집행법상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눈에 띈다”며 “이는 헌법에 따른 비상사태선언 없이 나라를 실질적인 계엄상황으로 만들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법안이 규정하고 있는 ‘대테러센터’ 업무에 테러사건 수사권이 포함돼있어 사실상 ‘민간인에 대한 군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는 헌법 제27조에서 규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간인이) 군사재판을 받지 않을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2의 국가보안법 될 위험 높아
국정원이 제안한 테러방지법안이 시민권을 제한하는 대표적 악법인 국가보안법처럼 운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토론자로 나선 인권운동연구소 박래군 상임연구원은 “테러방지법안이 국가보안법을 그 원형으로 삼은 게 확실하다고 생각한다”며 “불고지, 허위사실 신고, 구금 기간 연장 등 여러 조문들이 국보법과 너무나도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만약 테러방지법안이 통과된다면 그간 국보법 국정원에 의해 저질러진 인권 침해 사건들이 고스란히 재현될 게 뻔한데 생각 만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과도한 국정원 권한 집중 불필요
토론자들은 법안이 현행 정부체계 안에는 없는 ‘대테러센터’를 신설해 그 책임자를 국정원장이 맡게 하는데도 강한 반대 의견을 냈다. 정대연 민중연대 정책위원장은 “현행 법 아래서도 불심검문이나 통신매체 감청 등 정보수집이 광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를 더 확대하겠다는 국정원 의도는 사회 저항세력들에 대한 공안 기관의 공세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국가정보원법’도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의 수집 작성 배포를 규정하고 있고, 현역군인 등 필요한 공무원을 데려다 쓸 수 있도록 돼 있다.
건국대 법대 한상희 교수도 “미국이 테러방지법안을 마련한 것은 나름대로 시민권 보호 체계가 엄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었던 국가 권한을 좀 더 부여해주는 의미”라며 “우리나라 같이 국가 통제가 심하고 국가 권한이 강력한 나라에서 이런 테러방지법안을 따로 마련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한 교수는 또 “테러사태 발생시 군 행정과 군 작전권을 이원화되게 규정한 것은 자칫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군국주의로 빠질 수 있는 위험성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가 법령 검토해야”
토론자들은 또 테러방지법안은 예고 기간을 10일 간만 갖기로 한 것에 대해 “공청회 등의 절차도 없이 정기국회 통과를 추진하는 것은 최소한의 민주적인 절차도 생략한 입법 시도”라고 성토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청중으로 국가인권위원회 곽노현 위원(방송대 교수)이 참석한 것과 관련, 토론회 사회자가 “테러방지법안 문제가 국가인권위에서 다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발언해 참석자들의 관심을 사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사회진보연대, 범민련, 민가협 등 사회단체 관계자 약 70여명이 참석해 법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사회단체들은 오는 23일 ‘테러방지법안 저지 연합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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