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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1시 세종문화회관 앞,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장애인도 버스를 탑시다!’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 행사는 지난 7월부터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공동대표 박경석 등, 아래 이동권연대)가 열어온 것으로 이날 8번째를 맞았다.
이날 행사에는 여느 때와는 달리 「장애인도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 시승식」이 있었다. 저상버스는 버스의 바닥을 대폭 낮춰 장애인이 특별한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제작된 것이다. 저상버스는 그 동안 비장애인들의 ‘특권’이었던 이동의 권리를 모든 인간의 보편적 인권으로 만드는 중요한 수단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저상버스에 오르자마자, 어디선가 “버스 타는데 10초도 안 걸려!” 하는 탄성이 들려왔다. 한 장애 여성이 이제 막 버스에 올랐다.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했고,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다른 장애인도 “다른 사람 도움 없이 나 혼자 버스를 탔어요.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라며 신기해했다. 저상버스가 세종문화회관을 출발해 남대문과 광화문을 도는 동안, 장애인들 사이에선 “너무 기분이 좋아요!”라는 환호성이 연신 터져 나왔다.
이들이 그토록 기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상버스 시승에 앞서 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가 일반버스를 이용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박 공동대표는 삼 사명의 도움을 받아 필사적으로 일반버스에 승차했던 것. 그 광경은 흡사 전쟁을 방불케 했는데, 이는 하차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시 삼 사명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보통 비장애인들이 내리는 뒷문으로는 내릴 수 없었다. 버스 뒷문 중앙에 손잡이 용도의 플라스틱 파이프가 세로로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버스 안에서 박 공동대표는 “내가 20년 전 장애인이 된 이래로, 올해 ‘장애인도 버스를 탑시다!’ 시위를 하기 전까지는 한번도 버스를 타보지 못했다”고 씁쓸해했다. 문득 그가 내린 버스의 앞문 부근에 붙어있는 스티커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내 가족처럼 편안히 모시겠습니다’ ‘노약자 어린이 보호차량, 도시형 버스’
이 스티커의 문구처럼, 장애인들은 과연 편안히 모시려는 가족의 성원에 포함되어 있을까? 노약자와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도시형 버스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과연 장애인에 대한 고려가 있기나 했을까?
오늘도 이동권연대는 서울시가 시혜적으로 도입하려는 ‘장애인용 무료셔틀버스 제도’를 반대하고 있다. 장애인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를 일반버스 노선에 전면 도입하라는 것이 이동권연대의 주장이다. 그렇게 될 때만이 [내 가족처럼 편안히 모시겠습니다]라는 문구에 장애인도 감흥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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