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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유현 씨가 ‘국가인권위바로세우자! 인권단체연대회의’(아래 인권단체연대회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실린, 자신을 비판하는 글의 삭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유씨는 22일 인권단체연대회의 사무국인 인권운동사랑방으로 내용 배달 증명 우편물을 보내와 인권단체연대회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본인의 명예와 인격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침해하는 내용이 게재”됐다고 주장하면서 “즉각적인 전면적 삭제”를 요구했다. 유씨는 또 인권단체연대회의가 “납득할 만한 사과”를 해야 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문서 끝자락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라는 직함이 크게 찍혀 있다.
문제의 게시물은 10월 31일 인권단체연대회의(http://baroseuja.jinbo.net) 홈페이지 게시판에 ‘전공련’이란 이름으로 올려진 ‘인권위원 유현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글은 유현 씨가 광주고등법원(1993년경) 및 서울고등법원(1995년경)에서 부장판사로 재임할 당시 판결한 두 가지 사건에 대해 실명까지 거론하며 비교적 상세히 서술한 후, “유현 전 판사는 고의 또는 과실로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주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글은 또한 “국가인권위원은 도덕과 양심에 추호도 결격사유가 없는 인물이 선정되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유현 전 판사가 인권위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와 같은 글은 전국공권력피해자연맹 홈페이지에도 게시되어 있다.(www.yesno.or.kr)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진 글의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게시자나 운영자가 명예훼손이 된다는 정황을 인식하고도 삭제를 하지 않으면, 형법과 ‘정보통신망법’(2001.7.1 시행)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사실 하이텔 일반게시판에 한 개인에 대해 반복적으로 올라온 명예훼손성 글에 대해 해당자가 수 차례 삭제를 요구했음에도 하이텔이 이를 시정하지 않은 사건에서 올해 초 대법원은 하이텔 측에 손해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린 일이 있다.
그러나 유현 씨가 문제삼은 글이 명예를 훼손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예상되며, 특히 이 경우에는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점도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중 변호사는 “공직자인 경우 일반인 보다 명예훼손에 대해 더 인내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인권단체연대회의 관계자는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이 글을 삭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권위원으로서의 첫 대외 활동이 고작 게시판에 오른 자기에 대한 비판 여론을 막는 일이냐”고 꼬집었다. 이어 “과거 경력을 근거로 인권위원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은 위원 선정과정에서 벌써 경청되었어야 한다”며, 시민사회로부터의 의견 수렴을 무시한 “정치권의 나눠먹기가 낳은 ‘업보’”라고 비판했다.
26일 출범을 앞두고 국가인권위원회와 인권단체들간의 ‘불협화음’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불거진 이 ‘힘겨루기’의 향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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